"나 간다. 삼촌, 절대 따라오지 마."

나 혼자 가야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확고해졌다.

"고집은 하여간. 잠깐 기다려. 이거 입고 가."

삼촌은 자기가 입고 있던 방탄조끼를 벗어주었다.

"더운데."

"입어!"

"알았어."

나는 하는 수 없이 방탄조끼를 입고 찍찍이까지 착실히 붙였다.

그런데 방탄조끼가 생각했던 것보다 짤막해서 복부 아래쪽은 전혀 커버가 되지 않았다.

"에헤이~"

내가 자꾸 밑단을 잡아 내리자, 삼촌이 다시 입혀주며 말했다.

"방탄조끼는 짧다고 내려 입는 거 아냐. 가장 중요한 장기는 가슴에 있어서 이렇게 만들어진 거야."

"답답해."

"스턴건도 다른 걸로 가져가. 배터리 빵빵한 걸로. 이어폰도 꽂고."

"복잡하네."

"대신 나랑만 통화할 거야. 조심하고. 여차하면 그냥 나와. 알았지?"

"응."

나는 클럽에 잠입할 때 썼던 초소형 이어폰을 귀에 꽂고 케이블타이와 공사용 덕테이프, 그리고 전기충격기를 하나 더 챙겨서 교회 담장을 뛰어넘었다.

착!

"삼촌 들려?"

- 응.

유리문을 열고 살금살금 들어가 비상계단을 내려가니 지하에서 시멘트를 개다 말고 누워있던 두 남자는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었다.

"떼려고?"

내가 묻자 둘은 동작을 멈췄다.

"너희 몇 명이야?"

나는 둘 중 한 사람의 입에서 테이프를 쫙 떼어내며 물었다.

"아아...."

테이프에 수염이 왁싱하듯 잔뜩 뽑혀 나왔다.

"위에 몇 명 더 있어?"

"...."

"말 안 하면...."

찌직!

전기충격기를 살짝 켜며 위협하자,

"여, 열 명요."

남자는 진저리 치며 대답했다.

- 내가 봤을 때도 그 정도였어.

"너는 지금부터 위에 있는 놈들을 하나씩 이쪽으로 불러낼 거야. 휴대폰 줄 테니까, 한 놈씩 지하로 내려오라고 해. 알았지?"

"...."

"싫어?"

찌직!

"이 악마 새끼...."

"누가 누굴 보고 악마래?"

파지지직!

풀썩!

나는 기절한 놈의 입을 다시 테이프로 붙인 후 다른 놈 입에 붙은 테이프를 뜯어냈다.

"아아아아...."

놈은 턱수염이 많아 좀 더 고생했다.

테이프를 뜯어내자 턱에 원형탈모 자국이 생겼다.

"옆에서 봤지?"

하고 묻는데,

"목사님!!!"

놈이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헐...."

그 목소리는 5층까지 뚫려있는 비상계단을 타고 메아리쳤다.

- 이게 무슨 소리야?

- 준석이 목소리 같은데요?

- 가봐.

"한 명씩 불러내려고 했는데."

빠지지지직!

털썩.

난 내 계획을 망친 놈을 다시 기절시키고 입을 테이프로 막았다.

질질....

두 놈의 발목을 잡아 철문 안으로 끌고 들어갔더니 오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웁!"

텍사스홀덤 두 놈을 추 전무가 갇혀있던 방안에 처넣고, 기도비닉을 유지한 채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덜컹!

위쪽에서 비상구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준석아! 너희 무슨 일 있어?!

한 명이 아래를 향해 소리치자,

- 소리치지 말고, 전화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