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환하게 비치는 햇볕이 태연이 누워 있는 침대 위로 드리웠다.

분명 침대에 누워 있던 시간은 길었으나 잠에 들 수는 없었다.

눈을 감으면 자꾸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기에.


“많이 놀랐겠지…….”

아무래도 말도 없이 도망을 온 거나 다름이 없으니 도준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너무 무책임하게 그의 곁을 떠나온 것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가 계속 그의 곁에서 버티고 있으면 태진은 도준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었으니.

도준의 곁을 떠나 있는 동안, 그가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봐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태연은 어제 저녁 개통한 선불폰을 켜서 윤지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나 잘 도착했어. 여기 게스트 하우스 너무 좋은 것 같아.]

윤지 덕분에 어디서 묵어야 하나 그 고민을 줄일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태연은 물이나 한잔 마실 생각으로 방문을 열었다.

게스트 하우스 부엌으로 들어서자 풍채 좋은 두 남자가 보였다.

하필 눈이 마주쳐서 태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컵을 꺼내 냉수를 받고 있는 때.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아침은 드셨어요?”

태연은 제게 하는 말이라 생각지도 못하고 그저 졸졸 흘러나오는 정수기 물줄기만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컵에 물이 가득 받고 한 모금 마시자 또 그 옆에 있던 남자가 비슷한 질문을 했다.


“식사 아직이시면 같이 드실래요?”

태연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풍채 좋은 두 남자가 저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어서 태연은 흠칫 놀랐다.


“혹시 제게 하신 말씀이세요?”

“예예, 그럼요. 같이 드실래요?”

윤지는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 사람들끼리 시간이 맞으면 여행도 같이하고 식사도 종종 함께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저 두 남자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가 생각하며 태연은 어색하게 입술을 말아 물었다.

두 남자의 앞에는 갓 구워진 식빵이 잔뜩 놓여 있었다.

아마 그걸 같이 먹자고 제게 제안한 것 같았다.


“아뇨, 괜찮아요.”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기도 했고 딱히 뭘 먹고 싶지도 않아 태연은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

부엌을 나가려는 때.

남자 중 한 명이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사모…… 아니, 사장님께서 준비한 토스트가 남겠네, 이거.”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남자가 그 말에 동의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렇게까지 많이 안 먹을 건데 왜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나 몰라.”

남자들은 식사를 다 끝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자를 드르륵- 밀었다.

그리고 태연을 지나쳐 먼저 부엌을 빠져나갔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면서도 두 사람은 오늘 아침으로 먹은 토스트에 대해 대화했다.


“갓 구워서 그런가 식빵이 엄청 맛있던데.”

“수제 잼이라 그런가. 입에서 녹더라고.”

“에효. 아무도 안 먹으면 저거 결국 버려야겠네.”

“여기 사장님께서 손이 크시다더니. 오늘 아침은 너무 과하게 준비해주셨다.”

그 소리가 멀어질 즈음.

태연은 다시금 식탁 위로 시선을 옮겼다.

두 남자의 말처럼 접시 위에 노릇노릇 구워진 식빵이 놓여 있었다.

태연이 그걸 빤히 보고 있던 그때.

게스트 하우스 사장이 들어오더니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식빵을 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많이 해놨나 봐요. 다들 편하게 먹으라고 준비한 건데.”

사장은 토스트 식빵을 하나 들어 직접 만든 잼을 펴 발랐다.

그리고 부엌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는 태연을 향해 물었다.


“아가씨, 아침 안 먹었으면 한 입 할래?”

고민하던 태연은 홀린 듯 걸음을 옮겼다.

그제서야 게스트 하우스 사장은 환하게 웃으며 손대지 않은 식빵과 잼을 넘겼다.


“잘 생각했어.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야.”

게스트 하우스 사장은 태연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금방 자리를 비켜줬다.

입맛은 없었지만 버티려면 뭘 먹든 먹긴 해야 했으니.

태연은 자리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원래도 식사량이 많지 않았는데 오늘은 꾸역꾸역 먹으려고 해도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그대로 남겼다.

태연은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남은 식빵을 넣고 다시금 방으로 돌아왔다.


“도준 씨는 그대로 밥을 잘 챙겨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를 떠나왔으면서 어제부터 계속 태연의 머릿속에는 도준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걱정해서 롤베팅.

그 생각을 하며 태연은 가볍게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

차 회장의 호출이 있었다.

어디서 그렇게 소식을 들은 건지 모르겠으나 참 귀신처럼 빨랐다.

백상재 안으로 도준이 들어서자 근심 가득한 차 회장이 그를 불렀다.


“왔느냐. 앉아라.”